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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순재가 <2024 KBS 연기대상>을 통해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순재는 지난해 10월 건강 악화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중도 하차했습니다. 활동을 중단하고 회복에 집중했던 이순재가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것입니다. 이날 이순재는 드라마 <개소리>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모모랜드 출신 배우 연우와 견공배우 아리와 함께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했습니다. 김용건과 연우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이순재는 전보다 다소 야윈 모습이었습니다.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한 이순재는 "한국 가정 3분의 2는 개하고 사람하고 커플이라 상당히 익숙해진 관계가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드라마로서는 처음이다. 이번에 소피(아리)는 전적으로 주연을 했다. 이 친구 역량이 없었으면 '개소리'가 짖다 말뻔했다. 내가 짖을뻔했다"라며 재치 있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어 "(개소리를 집필한 변숙경 작가는) 젊은 작가인데,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미스터리를 하는 것 같았다. 그만큼 재능이 있더라. 여기 참여한 모든 배우들이 개소리는 이색적인 작품이라서 '뭔가 한번 해보자'고 했다. 상 타려고 한 사람은 없다. 이 작품엔 주·조연도 없다. 한 파트, 한 파트 전부 주연"이라며 함께 작업한 제작진과 배우진들을 칭찬했습니다.
그러면서 "솔직히 <개소리>로 상 탈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냥 하는 재미로 했다. 대상 이런 건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전에도 그 이상 더 잘한 것도 (대상을) 안 줬는데"라며 솔직한 심정을 밝혀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상이라는 건 좋은 거다. 특히 수상자는 정말 좋은 거다. 그 상이 진정한 상이었을 때 정말 내가 최선을 다한 평가로 받는 상인가 보다. 미국 아카데미 상이 그렇다. 스타라고 해서 상 주는 게 아니다. 당대 최고의 스타인데도 상 못 타는 사람이 많다. 이름도 모르는 배우들, 열심히 한 배우들이 상을 타는 거다. 이게 상인 거다. 이런 상을 받았을 때 평생의 가보가 되고 일생의 영예가 되는 거다. 그런 상을 향해 우리도 가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KBS에서 내가 나와 있다. 언론 통폐합 80년도 이후 이 무대에, 대상 후보군에 끼어서 올라온 건 처음이다. 대상이라고 해서 나가보면 한 달 전에는 대상인데 닷새 후에는 공로상이라고 한다. '이거야말로 대상이 내 것이지'라고 하는 작품들이 있다. <사랑이 뭐길래>에서 누구 아버지냐. 대발이 아버지는 빼고 엄마를 주더라. 물론 김혜자는 훌륭한 연기자고 상을 타고도 남는다. 후회는 없다"라며 대상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소신있게 털어놨습니다. 그리고는 "상이란 공정한 상, 탈수록 영예스럽고 보물이 되는 거다. 앞으로 KBS가 <개소리>를 계기로 그런 상으로 발전했으면 한다"라며 소감을 마쳤습니다.
이순재의 수상 소감이 끝난 후, MC를 맡은 장성규가 이순재에게 "실례지만 오늘 대상 원하시냐. 아니면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상에 욕심이 전혀 없으시냐"라고 묻자 이순재는 "처음부터 상 타려고 올라온 게 아니다. 내가 올라온 이유는 똑같은 구성원 가운데 내가 제일 연장자, 90세니까 올라온 것이다"라며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한편, 1934년생인 이순재는 9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연극 등을 통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연극과 더불어 KBS 드라마 <개소리>를 통해 시니어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여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네 작품의 연극과 드라마 촬영을 감행하던 중 건강이 급격하게 악화돼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고 전해졌습니다.